앞에서 경기침체와 주식시장의 관계를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경기가 나빠지면 모든 기업이 똑같이 어려워질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떤 기업은 매출이 크게 줄어드는 반면, 어떤 기업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실적을 유지합니다.
이런 차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개념이 경기방어주와 경기민감주입니다.
저도 처음엔 두 용어가 낯설게 느껴졌지만,
기업이 경기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생각해 보면 조금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1. 경기방어주란?
경기방어주는 경기가 좋든 나쁘든
제품이나 서비스를 찾는 수요가 비교적 꾸준한 기업의 주식을 말합니다.
경기가 어려워졌다고 해서 사람들이 식료품이나 생활필수품 구매를 완전히 중단하지는 않습니다.
전기나 수도처럼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소비가 줄거나 가격에 민감해지는 변화는 생길 수 있지만,
수요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상의 식품회사인 다온식품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다온식품은 사람들이 평소에 자주 구매하는 가공식품을 판매합니다.
경기가 좋을 때는 소비자들이 다양한 제품을 구매하지만,
경기가 나빠지면 외식이나 고가의 소비부터 줄일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집에서 먹을 식품까지 모두 줄이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로 다온식품은 경기가 나빠져도 매출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습니다.
식품과 생활필수품, 일부 유틸리티와 의료서비스 관련 기업은 경기방어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같은 업종이라고 해도 실적이 모두 안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원재료 가격이 오르거나 경쟁이 심해지면 경기가 크게 나빠지지 않아도 이익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2. 경기민감주란?
경기민감주는 경기 변화에 따라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비교적 크게 달라지는 기업의 주식을 말합니다.
경기가 좋을 때는 소비자들이 여행이나 자동차 구매에 돈을 쓰고,
기업들도 새로운 설비를 마련하는 데 투자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경기가 나빠지면 당장 필요하지 않은 지출부터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상의 여행회사인 푸른여행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는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 많아집니다.
하지만 생활비 부담이 커지고 미래가 불안해지면 여행을 다음으로 미루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푸른여행은 이런 소비 변화에 영향을 받기 쉽습니다.
여행은 즐거운 활동이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는 지출을 줄이기 위해 미룰 수 있는 항목이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여행·레저, 일부 산업재와 반도체 기업 등은 경기민감주로 분류되곤 합니다.
하지만 업종만 보고 기업의 특성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자동차 기업이라도 주력 제품과 주요 고객이 다르면 경기 변화에 반응하는 정도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3. 경기가 나빠지면 실적은 얼마나 달라질까?
두 기업의 차이를 숫자로 살펴보겠습니다.
다온식품은 식품을 판매하고, 푸른여행은 여행상품을 판매합니다.
두 기업 모두 경기가 좋을 때 매출 100억 원, 영업이익 12억 원을 기록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후 경기침체로 소비가 위축되자 실적이 다음과 같이 달라졌습니다.
| 구분 | 다온식품 | 푸른여행 |
|---|---|---|
| 경기 호황기 매출 | 100억 원 | 100억 원 |
| 경기 호황기 영업이익 | 12억 원 | 12억 원 |
| 경기 둔화 후 매출 | 95억 원 | 75억 원 |
| 경기 둔화 후 영업이익 | 10억 원 | 3억 원 |
*이 표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가상의 수치입니다.
다온식품의 매출은 5% 줄었지만, 푸른여행의 매출은 25% 감소했습니다.
영업이익은 매출보다 더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기업에는 매출이 줄어도 단기간에 줄이기 어려운 비용이 있습니다.
직원 인건비나 임차료, 설비 유지비 등이 대표적입니다.
매출이 감소하는데 비용은 비슷하게 유지된다면 이익이 더 빠르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특히 경기 변화에 민감한 기업은 수요가 줄어들 때 수익성이 크게 나빠지기도 합니다.
다만 모든 기업이 같은 결과를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비용을 얼마나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지,
제품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따라서도 실적은 달라집니다.
4. 경기방어주는 주가도 덜 떨어질까?
경기방어주라고 해서 주가까지 항상 안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기업의 실적과 주가를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의 실적은 실제로 얼마나 팔고 이익을 남겼는지 보여줍니다.
반면 주가는 현재 실적뿐 아니라 앞으로의 성장 전망과 투자자들의 기대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다온식품이 경기침체 중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이익을 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투자자들이 이미 다온식품의 안정성을 높게 평가해 주가를 상당히 올려놓았다면 어떨까요?
실적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순간 주가가 하락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푸른여행처럼 경기에 민감한 기업도
주가에 경기침체 우려가 충분히 반영되어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후 실적이 예상보다 덜 나빠지거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실적이 안정적인 기업과 주가가 안정적인 주식은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기업이 얼마나 좋은 실적을 내는지뿐 아니라,
현재 주가가 그 가치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5. 경기 흐름에 따라 관심을 가질 주식도 달라질까?
경기가 둔화하고 소비심리가 약해지면 투자자들은 실적이 안정적인 기업에 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경기방어주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반대로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면
소비와 투자가 늘어날 때 실적이 개선될 수 있는 경기민감주가 관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 상황만 보고 투자 방향을 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주식시장은 실제 경제지표가 좋아지기 전부터 회복 기대를 주가에 반영하기도 합니다.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상태라면 경기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기대만큼 수익을 얻지 못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해지면 회복을 기대하고 매수한 주식이 더 하락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경기방어주인지 경기민감주인지 구분하는 것만으로 매수 시점을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기업의 실적과 현재 주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6. 기업을 볼 때 무엇을 확인하면 좋을까?
경기방어주와 경기민감주를 구분할 때는 몇 가지 항목을 살펴보면 도움이 됩니다.
첫 번째는 매출이 어디에서 발생하는지입니다.
-사람들이 경기가 나빠져도 계속 구매하는 제품인지,
아니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주로 소비하는 제품인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매출과 영업이익의 변화입니다.
-과거에 경기가 둔화했을 때 매출과 이익이 얼마나 줄었는지 확인하면
경기 변화에 대한 민감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매출은 조금 줄었는데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면
비용 구조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세 번째는 부채와 이자 부담입니다.
-경기가 나빠져 이익이 줄어들면 대출이 많은 기업은 이자비용 때문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매출이 안정적인 기업이라도 부채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면 주의해서 살펴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주가가 적정한 수준인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사업이 안정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수하면 기대했던 수익을 얻지 못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사업 구조와 실적, 재무상태, 주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7. 경기방어주와 경기민감주 중 어느 쪽이 더 좋을까?
두 유형 중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경기방어주는 수요가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원재료 가격이나 경쟁 상황에 따라 실적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경기민감주는 경기 회복기에 실적이 빠르게 개선될 가능성이 있지만,
경기가 예상보다 오래 부진하면 어려움이 커질 수 있습니다.
투자 결과는 기업의 특성뿐 아니라 매수 가격과 투자 시점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경기방어주와 경기민감주를 공부할 때는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부터 고민하기보다,
두 유형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마무리
이번에 경기방어주와 경기민감주를 살펴보면서
경기가 나빠진다고 해서 모든 기업의 실적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소비를 줄일 때도 식품처럼 계속 필요한 제품은 수요가 비교적 유지될 수 있지만,
여행처럼 미룰 수 있는 소비는 더 크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런 차이가 기업의 매출과 이익에도 영향을 줍니다.
다만 경기방어주라는 이유만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하거나,
경기민감주라는 이유로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업이 어떤 제품을 판매하는지, 경기가 바뀔 때 실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현재 주가에는 어떤 기대가 반영되어 있는지 차례로 살펴보는 편이 좋겠습니다.
앞으로 주식 정보를 볼 때도 업종이나 주가의 등락만 확인하기보다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 함께 살펴보려고 합니다.